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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백준의 대살개문 - 대한민국을 살리는 개발자 문화

밥먹고해요 2017. 9. 19. 07:27


이 책에는 임백준님이 과거(2013년 10월 ~ 2016년 3월)에 온라인 매체를 통해 기고된 여러 주옥같은 다양한 컬럼들이 담겨있다. 개발 업계가 가진 현실적 문제에 대한 실랄한 비평, 올바른 개발 문화, 트렌디한 기술적 이슈, 개발자로써의 자세, 미래를 준비하는 자에게 주는 조언 등 총 5개 카테고리에 걸쳐서 다채롭고 건강한 내용들을 전달해준다. 


가장 인상깊었던 건 개발자 문화에 대한 내용들이다. 마치, 군복무 중인 일개 병사의, 불확실하지만 기대와 환상으로 가득찬 장미빗 미래가 있을 제대 후의 삶에 대한 어쩌면 그저 맹목적인 동경, 그리고 열망과 흡사할 정도로 크게 와닿았던거 같다.


어떤 이들은, 책에 담긴 내용들이 옛날에 주절주절 거렸던 내용들을 그저 책으로 묶어서 낸, 그저 이미 시대적 흐름에 뒤쳐진 내용을 울궈먹는 정도의 책이라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엄청나게 섣부른 판단일 뿐만 아니라, 자기 발전의 계기를 무참히 짓밟는 행동에 불과할 것이다.


이 책을 읽는 중에도 계속 느꼈고 완독하고 난 후에도 마찬가지지만,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내가 정말 정말 작은 우물안의 개(발자)구리였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 어두운 오솔길을 핸드폰 불빛 하나에 의존하며 눈앞의 바닥만 보며 조심스레 밟아나가던 앞길에, 어느샌가 새벽이 오고 안개가 사라지고 일출이 시작되는 것과 같은 감동을 받았다.


이 책에서, 내가 가장 인상깊었으며 충격적이었던 표현이 있다. 바로, "갈라파고스"라는 단어다. 글로벌 시대에 아직까지도 한국사회에서 살아가는 개발자들이 처한 환경과 문화는 그야 말로 갈라파고스 섬과 흡사하다라는 표현에서 아주아주 신선하고 거대한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그 말 자체가 대한민국 IT 업계의 현실적인 부분에 대해 상당한 공감이 느껴짐을 부정할 수 없다고 생각되어 상당히 씁쓸했다. 그리고, 나아가 원래 개발자들이 뭐 다들 이렇게 사는거지라며 자위했었던 나 자신을 돌아보면서 자괴감(?)이 들었다고 해야할까. 대한민국의 사회적, 정치석, 경제적 생리로 인해, 당연한 것이 당연한 게 아니라, 그렇지 않은 것이 당연한 것으로 치부되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금치 못 했으며, 지금도 그러하다고 생각한다.


책에서 나온 구절 중 또 하나 많은 영감을 안겨준 것이 있다면,

기술은 문화라는 을 먹고 자라는 이다

라는 표현을 꼽겠다. 임백준님이 나프다 방송(지금은 종료돼서 아쉽지만.. ㅠㅠ)에서 트레이드 마크처럼 말하는 표현을 빌어서, 정말 "충격적이다"라고 말하겠다. 많은 생각을 하게끔 하는 글귀이다. 심봉사가 개안하듯이, 내 시야를 확 띄게 만들어준 충격적인 표현이라 할 수 있겠다.


가장 흥미있게 읽은 컬럼을 몇 가지 꼽자면 다음과 같다. 그리고, 그로부터 얻은 나의 짧은 생각을 기술 해본다.

09. 마이너리그에 속한 개발자를 위하여

비록, 지금의 나는 고담시티의 슬럼가 생활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여전히 고담시티 근처를 배회하는 정도에 머물러 있는듯하다. 한국사회의 IT업계에서 조속히 고담시티가 주토피아로 탈바꿈하는 날을 상상해 본다.

14. 만나고, 마시고, 토론하라.

그저 비생산적인 활동의 한가지다라는 관점을 가졌던 나 자신에게 부끄러움을 알게 해줬고, 인식의 전환을 가지게 된 중요한 계기가 된듯하다.

19. 창업국가의 비밀

한국사회의 고질적인 주입식 그리고 단방향 교육문제에서부터 비롯된 사회적 현상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된 좋은 내용이었음에 틀림없다.

20. 신은 디테일 속에 존재한다.

타인의 시선을 떠나 스스로의 완벽함을 추구하기 위해 디테일에 집착하는 것이, 결코 비생산적이거나 부끄러운 행동이 아니다.

23. 우리도 가상 모임을 시작하자.

언젠가 꼭 나 또한 주도해 보리라 다짐하게 되었다.

24. 늙은 개발자의 노래

노력하지 않는 사람에게 나이는 짐이고, 노력하는 사람에게 나이는 훈장이다

라는 충격적이고 멋진 표현이 등장했다!

33. 핀테크, 돈의 흐름을 바꾸다.

미래 금융시장의 판도와 예측에 대해 나만 모르고 있었던(?) 전망과 방향에 대한 진지한 생각을 해보게 된 계기가 된듯하다.

37. 문제는 알고리즘이다.

프로그래밍 그 자체가 알고리즘이라는 원초적 명제를 다시금 뼈에 새겼다.

40. 인공지능 시대의 도래

자! 봇(bot)을 개발하자! 나도, 당신도, 우리 모두!

41. 멘토는 없다.

상당히 공감하며 읽은 글이다. 너무도 다양한 테크트리가 존재하며, 너무도 빠른 기술의 변화를 보며, 누구도 올바른 길을 안내해 줄 길잡이는 없는 듯하다. 오직, 스스로 판단해서 나아가는 개척자 정신이 필요할 뿐인듯하다. 물론, 개척에 필요한 기본기 정도라면, 더도말고 덜더말고 딱 거기까지만 멘토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20번 컬럼에서 언급되어야 할 용어가 여기서 나온다. 이름하야 "코딩신"! 영접하자!

42. 소프트웨어 개발자와 영어

배움의 천국으로 갈 수 있는 티켓을 얻으려면, 그 선순위가 영어일 수 밖에 없는 현실과 그간 왜 열심히 안 했는지 잠깐 좌절했다가, 영어 공부에 대한 열정을 타오르게 한다! 

43. 개발자의 불안, 당신만 그런 것은 아니다.

개발자 역시 한낯 인간일뿐. 기계가 아니기에 휴식은 필수 불가결이며 그것을 비생산적이라 치부하는 것은 경기도 오산. 양이 아닌 질이라는 측면을 중요하게 생각하자. 

46. 그대가 엉터리 개발자라는 신호들

개발자로써의 기본적인 역량에 대한 얘기인데, 의외로 나 조차도 주변에서 여기 해당되는 사람들을 간간히 보곤한다. 뭔가 씁쓸하기도 하고.. 이건 단순히 전도한다고 해결될 문제는 또 아닐거 같고.. 어려운 고민을 하게 만든다.

49. 바보처럼 보이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와~~" 하면서 리스펙하는 그 사람들 조차도, 나와 같이 또 다른 누군가를 보며 "와~~" 하면서 리스펙한다. 결국, 그 최상위 포지션에는 인간으로써는 누구도 없을듯하다. 오히려, 높은 포지션에 위치한 사람들은 낮은 포지션에 위치한 사람들로부터 수많은 영감을 얻어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순간의 쪽팔림을 영원한 지혜와 맞바꾸도록 하자.

50. 왜에서 시작하라.

모든 현상은 다 그렇게 된 이유가 있다. "왜"라는 물음에서 시작하는 철학적 시야를 가져야 할 것이다.

55. 개발자를 위한 아는 척 메뉴얼

이건 정말 반드시 숙지해야 한다. ㅋㅋㅋㅋ

56. 개발자를 위한 10가지 철학

영어 공부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하루 빨리 나도 해외의 개발 팟캐스트를 즐기고 싶다!


세상에 나온지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대중에게 여전히 사랑받고 읽혀지며, 앞으로도 꾸준히 그럴거라는 책을 우리는 "고전"이라 부른다. 적어도 내 인생 서적 목록에서, 나는 이 책에 감히 "고전"이라는 타이틀을 달아주고 싶다. 10년이 흐르고, 20년이 흘러서도 곁에 두고 또 다시 일독하며,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관해 깊이 있게 성찰해 볼 수 있는 도구로써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책 표지 맨 뒤에도 써져있는 내용이지만, 꼭 블로그에 기록했으면 하는 내용이 있어서 기록해 본다.

개발자 문화가 뭐냐고 묻는 사람을 위해서 LESS라는 공식도 준비해두었다.

Learn(배우고), Enjoy(즐기고), Solve(해결하고), Share(공유하라). 이 네 가지 속성을 모으면 그게 개발자 문화다.

(중략)

개발자라면 그 안에 담긴 내용에 충분히 공감하리라 생각한다.

끝으로, 많은 영감을 주는 주옥같은 글들을 탁월한 필력으로 이야기 해준 임백준님에게 심심한 감사를 드린다. 아울러, 한빛미디어 땡큐합니다. ㅋ